빛나는 눈동자

꽁뜨 ; 배 금 옥  
1969년 12월20일 발행
   行苑<제42집> pp.176-182.①                                                                                                                  

      x월 x일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의 빛깔.

가을이 잔디를 덮고 빨간 방울새가 지저귀는 적갈색 과일나무.

나는 가을의 찬란함을 사랑한다.

돌 의자. 나무 벤취.
     

저녁이 내려앉는 고요한 벤취로 가자. 가을이 끝나가려는 걸 보러 가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이 참 가난해진 무질서한 생활.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생각 없는 사람이 되고파라.

교정을 거닐면서 이상스레 말이 없어진다는 영선이의 추궁을 받은 오늘. 아아, 내 불만, 내 불안. 내 가슴의 아픔 같은 것을 밀쳐 버릴 수 없구나.

새로움을 맞이하는 밝은 마음으로 돌아  가자던 영선이의 충고.

내가 방황하는 것도 일종의 멋이라고 느낌하자. 나는 나로되 내가 아닌 내가 아니냐.

 

                x월 x일

감빛 노을이 내려앉는 조용한 풀밭. 꿈깨고난 아이같이 우울해진 나에게

『현영아, 니는 좋겠다. 아이들이 쑤군대는데 니가 우리 학교의 최고 모범상 탈꺼래. 서울가면 꼭 합격 할꺼라고 야단이더라. 「솔본느」대학을 꿈꾸는 문학소녀 오 현영! 후훗……. 얼마나 좋니…….』

어머, 저런 계집애가 어디 있담.

남의 기분도 모르고. 누가 그런 것 물었나.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해서 최고 점수를 맞아도 그러니까 참 싫다. 분통이 터질만큼 네 말이 아니꼽구나.

『너는 어디서 그런말 주워 듣니? 정말 아이들은…….』기분이 상해 아래로만 보고 있는 나에게

『현영아 몸이 아프니? 얼굴이 노랗다.』

『으응, 조금. 치만 괞찮아.』

 

나는 암말없이 책가방을 들고 일어서 왔다. 현깃증이 전신을 누른다.  활발하고 명랑한 사람은 무게가 없이 느껴지는 구나. 내 생각이 그릇된 것이란걸 알지만 정자는 너무 가볍다.

하나 같이 부럽게만 바라보던 바보 계집애. 알지 못하는 설움이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이라고.

 

                  x월 x일

바람과 함께 오는 초겨울의 날씨. 아, 청아한 바람. 나는 깊은 향수에 젖어 가고……. 확 밀쳐오는 허무한 심정을 잊기 위해 험잉으로 노랠 불렀다. 문득 어부의 아내 클레멘타인이 되보고 싶었다. 참 멋일을꺼야.

일몰이 밀려오는 저녁 뚝가. 참으로 오랜만에 각가지 공상의 날개를 펼치며 고갤 떨굴 때 갑자기 부더러운 촉감이 핏줄을 타고 흘렀다. 소스라쳐 고갤 돌렸다.

어마나……뜻밖의 사람. 「쉐터」차림으로 포켙에 손을 넣은 키가 큰 남자. 눈이 크다. 호수만큼 잔잔하구나.

『춥지 않습니까? 꽤 오래도록 앉아 있기에…….』

놀라움에 뛰는 가슴을 조용히 누르며 나는 살며시 잠바를 내려 주었다.

돌아오는 마음은 희색빛 하늘.

귀공자 같은 그 사람은 구굴까? 이름도 모르는 사람인데 내 어깨 위에 잠바를 걸쳐 주고. 자꾸만 감정따라 생각에 잠기는 나.

아, 알지 못하는 남자를 생각하다니, 잊어  버리자. 내 가슴 한 쪽 켠에 움트는 자존심.

이상한 감정의 하루로 구나.

 

                x월 x일

그 일이 있고 부터 나는 쭈욱 뚝엘 가지 않았다. 한달 가량 남은 마지막 시간을 대입 총정리로 몹시 바빴다. 학교에 나가지 않는 수험 준비는 더욱 바쁘다. 저녁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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