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

  현연 [ E-mail ]
  베트남 보트피플과 전재용 선장 이야기
  parksimon

베트남 보트피플과 전재용 선장 이야기

19851114일 전재용 선장이 이끄는 광명 87호는 1년 동안의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 오후 다섯 시쯤 남중국해를 지날 즈음 전 선장은 구조(SOS)를 외치는 조그만 난파선을 발견한다.

그들은 베트남 보트피플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국제 미아 보트피플을 만난 선장은 관여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침과 양심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점점 멀어져갔다.

 

떠나가는 배를 보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보트피플, 바로 그때 선장은 그들을 구하려고 뱃머리를 돌리게 된다. 파도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작은 보트 안에는 사흘을 굶은 채 엉겨 붙어있었던 96명의 베트남 난민들이 있었다.

선장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각오로 96명의 구조 소식을 회사에 알리고, ‘부산항까지 열흘을 다 같이 버티기로 한다. 선장은 먼저 여성과 아이들에게 선원들의 침실을 내주고, 노인과 환자는 선장실로 데려와 치료하고 보살폈다.

선장은 한국 선원들 25명의 열흘 치 식량과 생수를 96명의 베트남인들과 나누어 먹었다. 식량이 떨어지자 선장은 난민들을 안심시켰다. “우리가 잡은 참치가 많으니 안심하세요.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난민 대표였던 피터 누엔이 가족 생각에 스퍼할 때마다 선장은 극진히 위로했다. 드디어 부산항에 도착한 이들은 난민수용소에서 18개월을 지낸다. 그 뒤 피터 누엔은 전 선장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채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가 되어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평생 은인인 전 선장을 17년 동안 수소문한 끝에 찾게 된다.

전 선장의 첫 답장을 받고 그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편지에는 뜻밖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부산항에 도착한 즉시 전 선장은 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으며, 난민 구출 이유로 당국에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가 멍게 양식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편지의 마지막 내용은 더욱 뜻밖이었다. 보트피플을 구조할 때 자신의 앞날과 경력까지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편지에 적었다. “지금까지 저는 96명의 생명을 살린 저의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2004년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드디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피터 누엔과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전 선장을 기다렸다 한눈에 선장을 알아보고 뛰어나가는 피터 누엔, 19년 만의 극적인 만남이었다.

피터 누엔은 말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9년 만입니다.” 베트남 난민들이 직접 전 선장을 유엔(UVN)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난센상의 후보로 추천하였지만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며 거듭 사양하였다.

사실 그날 베트남 난민들은 25척의 배들로부터 외면당한 뒤 26번 째 광명 87호 전 선장에 의해 구조된 것이다.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생명을 선택한 전재용 선장과 같은 소수의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난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2016.11), pp.52-57.에서 퍼옴>

[인쇄하기] 2016-11-21 16:36:50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로그인~~ 전체 98개 - 현재 1/7 쪽
번호
제목
이름
파일
날짜
조회
98 prof.park 첨부화일 : 15.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이야기(수정).hwp (16384 Bytes) 2018-08-31 75
97 현연 첨부화일 : 크라쿠프대교구장 시절의 요한바오로 2세.jpg (209552 Bytes) 2017-03-13 288
96 현연 2017-02-19 334
95 현연 첨부화일 : 기도하는 손.jpg (97774 Bytes) 2016-12-04 613
현연 2016-11-21 1168
93 현연 첨부화일 : 심금을 울린 가슴 아픈 사연.hwp (31744 Bytes) 2016-10-13 836
92 현연 2016-06-04 1071
91 현연 2016-05-19 893
90 현연 첨부화일 : ◐아름다운 여인.hwp (32768 Bytes) 2016-04-15 1143
89 현연 2016-04-09 1010
88 현연 첨부화일 : 노부부의 등물 70.jpg (40485 Bytes) 2016-02-12 1017
87 현연 2016-02-05 1062
86 현연 2016-01-29 974
85 현연 2016-01-29 1168
84 현연 2016-01-24 1039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