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10월 21일 오후 2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했다. 여론은 이 결정에 대해서 지지하는 쪽이 우세하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1) 헌법재판소의 독단에 대한 우려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서 심의할 기구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기관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약에 극단적인 가정으로 '관습헌법'을 들이대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런 제지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헌법재판관들의 양심과 양식(良識)을 믿는 수 밖에 없는 일이다.
2) 결과와 과정을 다 보아야 한다.
목적과 수단이 모두 정당해야 한다. 결론과 과정이 모두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은 수도를 이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찬성한다는 것인지, 헌재의 결정 이유에 대해서도 지지한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아마도 대부분은 전자의 이유로 찬성하는 것이라고 짐작된다.
헌재 결정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이전을 위한 정책수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헌재의 결정과정 또는 이론에 대한 타당성 여부도 면밀히 검토가 되어야 한다. 수도이전을 신중하게 하라는 결정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더라고 그런 결정을 하게된 전제이론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따로 따져야 할 것이다.
3) 한나라당이 가장 큰 패배자다.
헌재결정의 최대 피해자는 한나라당이다.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은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이 때 한나라당은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의 표를 의식해서 통과시켰다. 이 점을 박근혜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자백인 셈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의 과밀현상이 국가발전에 큰 장해요소이며 이것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선거공약으로 내 걸고 추진 해 왔다. 다만, 그 추진과정에서 국민들의 합의를 구하는 데 미숙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열린우리당은 정책추진의 미숙이 죄이고,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에 따라 국가정책을 결정했다는 악성이 죄이다. 어느 것이 더 나쁜 죄질인가? |
ess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