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형 이상윤 교수가 수시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전해 줍니다. 오늘은 ‘배려와 균형’이란 교훈적인 이야기를 email로 보냈네요. 이를 읽고 연상되는 이야기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밴쿠버에 와 있으니 할 일이 없어 한가롭게 이런 잡글을 적게 되는 군요...ㅎㅎ

-- 배려와 균형 -

“옛날에 기어 다니는 앉은뱅이가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밤이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남의 집 굴뚝을 끌어안고 밤을 보내고,

낮에는 장터를 돌아다니며 빌어먹으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장터에서 구걸하는 맹인을 만났습니다.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끌어안고 울면서 같이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앉은뱅이는 맹인에게 자기를 업으면

길을 안내하겠다고 하였지요.

맹인이 앉은뱅이를 엎고 장터에 나타나면,

서로 돕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넉넉한 인심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빌어먹고 살지만 예전 보다는 살기가 좋아 졌지요.

보는 놈이 똑똑하다고 하더니,

점차 앉은뱅이는 맛있는 음식은 제가 먹고

맹인에게는 음식을 조금만 나누어 주다가 보니

앉은뱅이는 살이 쪄 점점 무거워지고,

맹인은 점점 약해져 갔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시골 논길을 가다가

맹인이 힘이 빠져 쓰러지면서

두 사람 모두 도량에 쳐 박혀 죽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불현 듯 자본과 노동이 떠올랐습니다.

자본가는 앉은뱅이요 노동자는 맹인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는 힘을 합쳐 상품(가치)를 생산합니다.

그 상품을 팔아 자본가와 노동자는 값을 나누어 갖습니다.

그런데

자본가가 힘이 세다고 가치를 독점합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자본가와 노동자가 힘을 합쳐 생산한 가치는

팔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자본가도 노동자도 다 망하게 되었습니다.

“자본 없는 노동 없고 노동 없는 자본 없다.”

교황 레오13세 회칙, ‘새로운 사태’ 28항,

교황 비오11세 회칙, ‘사십주년’ 53항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이 바로 이런 결과임을 알아야합니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간의 양극화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IT산업과 비IT산업, 중화학 공업과 경공업 등 산업 간의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의 고용구조의 양극화

이로 인한 기업 간의 임금격차

교육비 지출의 양극화. 이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 현상

수도권과 비수도원의 양극화

이러한 우리의 사회현상이 마침내 ‘배려와 균형’ 이야기가 가르치는 교훈과 같은 공멸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자본과 노동은 공생 아니면 공멸입니다. 이 둘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입니다. 상대를 때려눕혀야 승리한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상대를 이기는 순간 나도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