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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 마이카 붐이 막 시작되던 10여 년 전쯤, 미국에서 친구의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이 때 운전석에 앉은 친구가 라디오를 켜니까 안테나가 자동으로 올라가지 않는가? 그 뿐인가? 운전석에 앉아서 버튼으로 유리창을 올리고 내리고 자유자재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과연 미국은 선진국이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것이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자동차도 이런 정도의 자동화는 보편화되었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자동변속장치 승용차가 점차 증가해 가고 웬만한 자동장치는 기본사양이 되었다. 10여 년 전 미국 자동차를 타고 감탄하던 그 때가 촌스럽게 되어버린 최근에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유럽의 자동차는 수동변속장치가 일반적이고 자동차 유리창은 사람 손으로 올려야 하는 10여 년 전 우리들의 자동차 수준이었다. 운전석에 앉은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 자네는 경제적 여유도 있는데 왜? 좀더 좋은 차를 타지 않느냐? 고.
유럽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수동변속장치의 자동차를 타고 웬만한 것은 사람 손으로 하기를 좋아한다. 벤츠 같은 고급 차들도 대개가 수동형이다. 사람의 육체는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그래서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직접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미국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이었다. 원래 자동변속장치는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었다. 그런데 너무나 편리하니까 이제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일반화되어 버렸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장애인들에게 매우 유익한 편익을 주었다. 인조인간을 소재로 한 TV영화가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 영화대로라면 언젠가 인간의 장애문제는 해결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 발생률이 10% 정도 된다. 우리 나라에는 장애인 수가 100만 명 정도가 된다. 그 가운데 80%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오늘날 장애의 위험은 도처에 도사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모두는 잠재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보장구(補裝具)의 발달로 장애공포에서 벗어나고 장애인들도 정상인과 비슷하게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는가?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보장구를 정상인들이 더 좋아하다 보면 정상인이 오히려 장애인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편이(便易)만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 글은 센서기술연구소의 회보에 실었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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