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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아니오' 하는 사람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에 순종하고 복음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율법을 거부한 이들이 복음을 따르는 시각이 다가온다. 그들이 그리스도인들이요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오는 세리와 창녀들이다. 하느님 나라는 처음에 "아니오."라고 말했더라도 끝에 가서는 "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이제는 그리스도인들이 바리사이파 사람의 입장이 되었다. 그리스도인들도 대답만 하고 옳게 살지 못한다면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회개하고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외인들에게 주님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1950-60년대에 한국에 와서 평신도로써 교회활동을 돕고 나름대로의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은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함께 살면서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난하게 살 때부터 우리와 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다. 우리가 경제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살기가 좀 좋아지자 오랜만에 고국으로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6-7년만에 다녀오는 휴가인지라 6개월 또는 1년의 긴 휴가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고국을 다녀온 분들과 나는 우연히 한자리에서 담소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분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나를 몹시도 부끄럽고 안타깝게 했다.
한국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잠시만 외국에 나가있다가 돌아와도 세상이 온통 달라진 느낌이란다. 이렇게 외적으로도 빠르게 변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속 마음도 빠르게 변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아름답던 인정은 찾아 볼 수 없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진심을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진심이고 어느 것이 형식인지 분간을 못하겠단다. 모두가 형식적인 의례라고 느껴질 때 사람에 대한 신뢰가 살아진다고 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비참하였다. 가난이 만연해 있었고 집도, 옷도, 먹을 것도 모두가 형편없었다. 이 분들이 처음에 한국에 올 때에는 종신토록 산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땅에 늙도록 발붙여 살게 된 동기는 가난하게 살면서도 한국인들이 보여 준 순박한 인심 때문이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일상의 삶에 지쳐있었지만 이웃간에 나누는 인정이 있었고 내가 먹는 밥 한끼를 굶는 이들과 나누어 먹을 줄 알았다고 했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서양식 예의범절이라든가 소위 에티켓을 찾아 볼 수 없었지만 그 투박한 말씨와 행동에 거짓이 없었고 사랑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조금도 싫지가 않고 오히려 더욱 정겹고 호감이 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인심이 경제개발과 부의 축적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살아져 버렸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노릇인가!?
일본사람들은 흔히 그 속내를 잘 모른다고 한다. 소위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깍듯한 예의를 갖추면서 최고의 친절과 미소로 '하이, 하이' 하지만 진심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별로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인도의 시골사람들은 깍듯한 예의도 에티켓도 지키지 않지만 속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진심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환대를 기쁘게 받아드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옛날은 인도와 같았는데, 요즈음은 겉은 인도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속은 일본을 닮아 간다고 했다.
요즈음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돈 버는 이야기요 아파트 투기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자랑 뿐이다. 아이들 얼마 짜리 과외 시키는 가를 자랑하고, 가구며 옷 자랑뿐이다. 그러면서도 이웃의 굶주림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손님을 초대하면 손님의 입장은 고려할 줄도 모르면서 값비싼 대접을 한다. 이렇게 대접받고 나오면서 아무런 기쁨을 못 느낀다고 했다. 자기의 자랑거리를 들어 준 수고의 대가로 비싼 밥을 얻어먹었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이것이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처음에는 '아니오'라고 거칠게 대답하는 세리나 창녀였고, 돈을 좀 벌고 공부도 좀 한 후에는 잘난 척 하면서 바리사이파 사람들로 변해가고 있다고 우리의 외국인 친구들이 충고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