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규슈 북단에 작은 섬들로 이어진 열도(列島)가 있다. 그 중 가장 크고 규슈에 가까이 있는 섬이 히라도이다. 지금은 규슈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로도 쉽게 갈 수 있다. 이 곳에 성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기념성당이 세워져 있다. 성당이 크고 화려하지는 않다.
히라도에 천주교가 전래 된것이 1549년 이니까 450여년 전의 일이다. 이 후 일본에서는 약200년에 걸쳐 혹독한 박해가 있었다. 규슈 운젠화산에는 신자들을 산 채로 분화구에 빠트려 죽였다고 한다.
이런 긴 박해를 견디다 못하여 서양선교사들이 일본을 떠날 때 신자들에게 "언젠가 평화가 오고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될 터인데 그 때 참그리스도교인가 가짜 그리스도교인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일러주었다. 그 기준은 '성모마리아를 공경하는 가'와 '성직자들이 결혼했는가'를 보고 구분해라"고 가르쳐주고 떠났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종교혁명의 물결이 휩쓸 때 였으니까 프로테스탄트들이 훗날 들어 올 것을 예견하고 한 말이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신자들은 숨어살면서도 신앙을 지켰다. 자녀들에게도 세례를 주고 교리를 가르쳤다. 입으로만 가르친 교리라 약간의 변한 것도 있은듯 하다. 이렇게 살면서 신앙의 중심을 삼고자 성상을 만들었다. 앞면은 부처상인데 뒷면은 예수성심상으로 만들어 놓고 포졸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얼른 부처상으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어떤 것은 부처님이 아기를 안고 있는데 그 아기가 예수님이다. 얼른 보면 부처상이니까 포졸들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유물들이 지금 히라도에 가면 지방 민속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아쉬운 것은 이들이 이렇게 신앙을 지켜 온 것은 장한 일인데 너무 오래 변형된 신앙생활에 고착(固着)되어 오늘날의 성교회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라도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곳이니까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히라도와 나가사끼에는 일본교회사적으로 귀한 유적들이 많은 곳이다. 나가사끼에는 이 곳에서 선교하시던 성골베신부님의 유적들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