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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세민이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할아버지, 오늘 데이트 할래...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
얼른 좋다고 답신을 보냈다.
그래, 언제 어디로 갈까?
오후 1시에 '르베'에 가자...
그래, 좋다, 그런데 '르베'가 어디지?
지난 번에 갔던 빵집 있잖아...
여러 번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우리는 약속을 했다.
세민이가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사람들이 싫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무조건 제 말을 들어주니까 단 둘이서만 데이트를 하잔다.
세민이의 데이트 신청을 받고 나는 너무 행복했다.
세민이가 제 좋아하는 TV프로를 볼 때도
내 무릎에 앉아서 보면 나는 그냥 행복하다.
세민이가 내 사랑을 받아 주기만 해도 나는 행복하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이 아닐까?
사순 제2주간 복음 말씀<마태오 6/7-9>이 생각난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렇다.
나는 세민이가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안다.
그래서 세민이가 청하지 않아도 기회만 있으면 그것을 사주고 싶어진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도 나를 이렇게 사랑하실 것이다.
세민이가 내 손을 잡고 안심 하듯이,
나도 하느님 안에서 평화로울 수는 없을까....
나는 왜 이렇게도 믿음이 약한 것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