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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 쇄신)초기에는 미사와 성체 조배 사이의 본질적 관계가 충분히 명료하게 인식되지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에 성찬 빵은 바라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한 것이라는 논지로 성체 조배를 반대하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기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이분법은 틀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한 대로 '그 누구도 먼저 공경을 드리지 않고 그 몸을 먹지 않습니다. 공경을 드리지 않는다면 죄를 짓는 것입니다."(66항)
"교회의 사목자들과 하느님 백성들이 개인적으로든 단체로든 성체 조배를 실천할 것을 간곡히 권유합니다."(67항)
우리나라 교회에서 단체로 성체조배를 하는 성목요일 밤을 보자. 성체 앞에서 한 시간을 주님과 함께 보내고자 한다. 그냥 주님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주님과 함께 즉, 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주님과 이야기를 나눌 줄 몰라 분심에 든다고 시작부터 끝까지 염경기도와 성가로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언젠가 미국의 워싱턴 근교에 있는 작은 성당을 야간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성당에서는 24시간 성체조배를 하고 있었는데, 일정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모두가 침묵을 지켜 분위기는 조용하였고,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기도를 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진정으로 임종을 맞는 주님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의 성체조배는 초상집에 잠시 들러 상주에게 얼굴을 내 밀고 눈도장을 찍고 온다는 기분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우리도 무언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