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8/16 19:17 자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뉴질랜드>를 소개합니다.

밀퍼드사운드, 스키퍼스캐니언 여행

《화산(북섬)과 빙하(남섬)로 이뤄진 남반구의 뉴질랜드.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보면 두 섬의 지형은 한눈에 구별된다. 삼각뿔 모양의 화산에 화산호수(칼데라)가 많은 북섬과 달리 남섬은 눈덮인 서던알프스산맥의 뾰족봉우리 무리와 피요르드지형, 그리고 컨테베리대평원으로 이뤄졌다. 남섬의 퀸스타운이 ‘세계 모험여행의 수도’라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험준한 빙하지형에서 모험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 대표적인 피요르드랜드국립공원의 밀퍼드사운드와 퀸스타운 뒤편의 스키퍼스캐니언으로 각각 버스와 4륜구동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빙하. 대지만큼이나 거대한 얼음덩어리.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지도 1만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남 북극, 그리고 로키산맥과 뉴질랜드 남섬의 서던알프스산맥에는 빙하가 남아 있다. 그리고 빙하가 남긴 흔적인 호수와 산악도. 얼마나 크기에 빙하가 밀고 내려간 곳에 계곡이 생기고 호수가 될 만큼 땅이 파였을까.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쿡(해발 3754m) 부근의 타즈만빙하를 보자. 거대한 산 자체가 빙하이고 평지빙하는 바닥 두께만 500m다. 빙하에 밀린 흙더미(모레인)에 물이 고이면 빙하호수다. 오클랜드를 떠나 퀸스타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잠들면 좋은 구경을 놓친다. 서던알프스산맥의 비경과 퇴각(녹아서 후퇴하는 현상)하는 빙하 아래에 형성중인 호수 모습을 놓치기 때문이다. 피요르드랜드국립공원의 밀퍼드사운드(Sound·좁은 해협) 역시 빙하에 의해 빚어진 지형이다. 1만4000년전 빙하기에 형성된 험준한 빙하계곡으로 사운드 안을 채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런 지형이 바로 ‘피요르드(Fjord)’. 밀퍼드사운드는 미국의 알래스카,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함께 대표적인 피요르드다. 퀸스타운에 왔다면 이 진귀한 볼거리를 놓칠 수 없다.

지도를 보자. 밀퍼드사운드는 퀸스타운에서 서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직선상 55㎞)에 있다. 그러나 험준한 산에 가로막혀 ‘ㄷ’자 코스로 우회해야 한다. 그 길은 무려 298㎞(편도 4시간 소요)나 된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티아나우(빙하호수)를 경유하는 이 길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뉴질랜드에서도 풍광 좋기로 손꼽히는 드라이브코스. 4시간의 버스여행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귀로에 경비행기(6인승)를 타면 남섬 산악의 비경을 내려다 보면서 50분만에 돌아올 수도 있다.

◆가는 길

퀸스타운∼밀퍼드사운드를 매일 운행하는 ‘키위 디스커버리’의 코치(버스)가 퀸스타운을 출발한 시각은 오전8시. 와카티푸호수를 끼고 호수남단 킹스턴까지 달리는 40㎞구간은 호반도로(6번국도)다. 골드러시 마을인 모스번∼호반마을 티아나우(58㎞·94번지방도)구간은 양과 사슴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지대.

티아나우호수는 크기로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 호숫가 쉼터에서 30분간 휴식한다. 여기서 밀퍼드사운드까지는 123㎞. 호숫가 목장지대와 티아나우다운스(마을)를 지나면 밀퍼드사운드국립공원 입구다. 이제부터는 숲과 산악지대. 세계적인 트레킹코스 ‘밀퍼드트랙’ 출발점 팻말도 보인다. 토종 ‘비치트리’가 우거진 숲을 지나 미러레이크스, 몽키크릭에서는 도보관광도 한다. 갈수록 깊어가는 산. 비가 눈으로 변했다. 협곡에는 ‘눈사태지역, 차를 세우지 마시오’라는 경고판이 계속 나타난다. 호머터널(해발 954m)을 지나면 클레도캐니언 내리막길이다. 워싱톤야자나무만한(키 1m내외) 고사리가 숲속에 지천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지에 이른다. 조그만 비행장, 롯지를 지나면 수면에서 1000m나 솟은 거대한 수직암봉의 절벽으로 이뤄진 협곡바다가 보인다. 밀포드사운드다.

◆밀퍼드사운드

절벽계곡에 갇힌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타즈만해로 열린 협해의 입구까지는 무려 22㎞. 유람선에 올라 밀퍼드사운드 선상여행을 시작한다. 2시간반 내내 배안에서는 감탄과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수면위로 솟구친 바위봉우리 마이터(해발 1695m), 신부의 면사포처럼 절벽에 물길을 드리운 스털링과 보웬 등 수십개의 폭포, 유영하는 돌고래와 물개, 안개 자욱한 협곡 등등…. 여행안내서의 문구가 가슴으로 와닿는다. ‘여분의 필름은 필수.’

◇지프타고 스키퍼스캐니언으로

1862년11월 어느 여름날. 마오리족(뉴질랜드 원주민) 청년 2명이 스키퍼스캐니언의 쇼트오버강을 헤엄쳐 건너다 바위 틈에서 금을 발견했다. 한달전 이 강하류에서 발견된 후 처음 터진 ‘대박’이었다. 이어진 골드러시로 퀸스타운이 생겨났고 1970년대까지 계속된 사금채취로 총 35억뉴질랜드달러(1조8200억원 상당)어치의 금이 나왔다고 한다. 골드러시 타운의 운명은 금과 함께 한다. 금이 바닥나면 유령도시(고스트타운)가 된다. 그러나 퀸스타운만은 예외였다. ‘어드벤처러시’ 덕분이다. 그래서 ‘노다지강’(The Richies river in the world)이라 불렸던 쇼트오버강. 금 고갈로 스키퍼스캐니언의 프로스펙터(금 찾는 사람)가 사라지자 또다른 프로스펙터가 그 자리를 메웠다. 번지점프를 최초로 상업화(1988년 카와라우브리지점프)한 A J 해킷, 물깊이가 10㎝만 넘으면 어디든 떠다니는 ‘제트보트’를 발명한 ‘쇼트오버젯트’ 같은 모험스포츠 마니아와 업체들이다. 그래서 퀸스타운은 ‘번지점프장의 고향’ ‘제트트보트의 발상지’가 됐고 ‘모험스포츠의 수도’라 불릴 만큼 유명해졌다.

쇼트오버강이 흐르는 깊고 좁고 긴 협곡(22㎞). 퀸스타운 북쪽의 코로넷픽(스키장) 뒤에 있다. 협곡 기슭의 깊이 100m 이상되는 절벽 위에 가설된 비포장 도로는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좁아 오금이 저릴 정도다. 골드러시때 삽과 곡괭이 만으로 25년만에 완공(1888년)한 것으로 길이 험해 사륜구동차만 다닌다.

영국산 랜드로버를 타고 협곡에 들어서자 까마득한 벼랑길이다. 굽이굽이 산모롱이를 돌 때 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협곡비경에 추락의 공포도 잊게 된다. 멀리 보이는 눈덮인 오럼산(해발 2234m), 숏오버강 금덩어리의 원산지다. 협곡은 온통 벌거숭이. 민둥계곡으로 변한 데는 사연이 있다. 마오리족은 모아(타조)을 잡기 위해, 백인들은 골드러시 때 땔감으로 나무를 마구 베어낸 탓이다. 협곡 주행 한시간 만에 민가가 나타났다. 골드러시 당시의 유물을 전시하는 ‘윙키스뮤지엄’이다. 여주인 윙키는 협곡에서만 5대째 살아온 산사람. 지금도 남매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여기서 산다. 발전기를 돌려 인터넷까지 하면서. 집앞의 협곡에는윙키의 선친이 가설한 파이프라인(금채굴에 필요한 물 공급용 파이프)이 놓여 있다. 94년 재건한 뒤 현재는 ‘파이프라인번지’ 점프대와 협곡관광용으로 쓰인다. 협곡 아래 수면(깊이 102m)까지 3초간의 자유낙하를 즐기는 번지점프. 그 공포는 세상 ‘최악’의 수준이다<표 참조>. 파이프라인 아래 강가에서 제트보트에 올랐다. 1862년 우연히 금을 발견한 바로 그 곳이다. 수면 위를 비행기처럼 날 듯 지치는 제트보트로 쇼트오버강의 상 하류를 오르내린다. 강가에는 골드러시 당시 유물과 유적도 심심찮게 있다.

네시간(오전 8시반∼오후 12시반)의 짧은 일정이지만 스키퍼스캐니언 4륜구동차 여행은 공포와 긴장, 숨을 앗아갈 만큼 환상적인 풍광 덕분에 결코 짧지 않다. 퀸스타운의 매력, 그것은 바로 이런 상큼한 모험여행이다.

<퀸스타운〓조성하기자>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