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뱃속 살인' 年150만건


  「낙태공화국」. 남자아이를 낳기 위해서, 터울 조절을 위해,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 돼서, 혼전 임신 등의 이유로 임신한 여성들이 종기를 떼어내러 가듯 산부인과를 찾는다. 낙태를 피임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흔하다.

  보건사회연구원(98년) 조사에 따르면 15~44세 기혼여성의 44%가 한 번 이상 낙태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 가족보건복지협의회 조사에서 나타난 기혼여성의 낙태경험률은 약 39%. 여기에 낙태시술의 30%를 차지하는 미혼여성까지 감안하면 전체 가임여성의 낙태건수는 상상을 넘어선다. 이를 근거로 추산한 연간 낙태건수는 150여만건. 한 해 출생 60여만건보다 2.5배나 많은 태아가 낙태로 사라지는 것이다. 10대의 낙태는 더욱 은밀히 이뤄진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최정윤 간사는 『하루 20건 가까이 낙태 관련 상담전화를 받는데, 이 중 5건이 미성년자들』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법적으로는 일단 적발되면 의사와 산모 쌍방이 처벌받게 돼있다. 이 때문에 산모와 의사 둘다 쉬쉬하는 속에서 낙태는 위태로운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의사협회는 최근 의사 윤리지침 시안에 낙태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사협회의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 법조문을 고쳐 부득이한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이 무분별한 낙태를 줄이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 상에 낙태사이트 「더 나은 선택」(cafe.daum.net/bc/)을 운영하는 이숙경(37·여·서울시립대 강사)씨는 『최근 9개월 동안 무려 2000여건에 이르는 낙태상담이 올라왔다』며 『지금은 낙태 「찬성」이나 「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낙태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